유통기한 지난 돼지고기, 악취나는 돼지고기 먹을 수 있을까?

아이고.. 어머님이 일주일 전 지퍼백에 싸주신 냉장육(목살)을 냉장실 야채칸에 넣어둔 것을 깜빡해버렸다.

고기를 꺼내보니 겉면이 끈적끈적하고 악취가 심한 상태.. 아이고.. 내가 이걸 왜 잊고 있었지…

raw meat with green leaves
찍어둔 사진이 없어 비슷한 사진을 찾아봤다. 이렇게 덩어리 상태로 비계만 바깥쪽에 더 붙어있는 형태였다.


일단 사진이 없어서 아쉽지만 육색은 눈으로 봐서 크게 이상해 보이진 않고 콩알만 한 크기로 색이 밝아진 곳이 보이고 고기 겉면은 끈적끈적하고 악취가 났다. 버리기엔 너무 아깝지만 먹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상태였다.

자.. 우선 고기의 유통기한에 대해 잽싸게 구글링 해본다.



왓더… 위키하우에는 적색육의 유통기한은 요리하지 않았을 때 1~3일? 요리했을 때 7~10일 이라고?!!!! 너무 짧은 거 아님?


음.. 그리고 상한 고기에서는 톡 쏘는 냄새가 난다는데 톡 쏘는 정도는 아닌 것 같고.. 겉면이 끈적끈적하다는 것은 박테리아가 증식해서 그렇다고 한다.
일단 박테리아가 증식 중인 상태인 건 확실한 것 같고 녹색이나 갈색이 나면 버려야 한다는데 맨눈으로 봤을 때는 갈색은 커녕 모서리 부분만 살짝 살의 색이 밝아진 상태. 굳이 색을 얘기하자면 전체적으로는 정상 색상이나 모서리 부분 그것도 극히 일부만 오래된 고기나 익힌 고기의 황토색 같은 부분이 조금 있는 정도.?

위키하우를 기준으로 하면 무조건 버려야 하므로 추가 검색을 해봤다.
냉장육의 유통기한은 적절한 보관온도를 유지했을 때 소고기 90일(3개월), 돼지고기 50일가량인데 내 경우 영하의 겨울 날씨긴 했지만 한 시간 동안 따뜻한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한 후 다시 냉장실에 넣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상한 것으로 보였다.

일반적인 돼지 고기의 유통과정

보통 도축 후 바로 진공포장된 경우는 3주정도 냉장보관이 가능하다고 한다.
보통은 도축 후 지육상태로 정육냉장고에서 숙성하고 발골 후 바로 손질하고 진공포장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긴 기간 냉장보관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렇게 납품받은 고기를 정육점에서는 냉장/냉동 보관하면서 소분 및 손질해서 랩포장을 하게 되는데 보통 이럴 때 유통기한을 3일 정도로 잡는다고 한다. 일단 외부 접촉이 없다면 냉장보관으로도 무려 3주나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어머님께 고기를 구매하신 정확한 날짜를 여쭤봄.



어제가 12월 13일이니 구입일인 11월 30일로부터 대략 2주가 지난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쨋든 버리기에 아까워서 또 쓸데없는 실험 정신이 발동했다.

우선 고기를 찬물로 깨끗하게 씻은 후 겉면을 5mm정도 전부 잘라냈다. 상태가 안 좋아보이는 부분은 약 1센티까지도 잘라냈고 지방 부분도 많이 잘라냈다. 그래도 지방이 너무 없으면 맛이 없으니까 살 사이사이의 지방은 남겨두고 외부로 노출된 두꺼운 지방을 크게 도려내었다.


다행히 통살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다 잘라내고도 약 70%이상의 살 수율은 나왔다.


도려낸 살은 전부 버리고 남은 살덩이와 내 손, 칼, 도마를 깨끗하게 씻었다.


다시 한번 찬물에 씻은 살덩이는 끈적이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처음처럼 심하진 않지만 그래도 악취가 제법 났다.
아.. 고민되네.. 이걸 먹어 말어… 이러다 이게 내 인생 마지막 포스팅이 될 수도 있겠는데 ㅋㅋㅋ


기존에 오래된 오리고기는 누린내는 났지만 이렇게 암모니아 냄새같은 악취는 아니었는데 ㅋㅋㅋ
그래 오늘도 키워드 정복을 위해 내 몸을 던져서 한번 달려보는거야! 고우~!


바로 네이버 블로그 이웃님인 당근아빠님의 레시피로 고추장찌개에 도전!



원래 끓이는 시간은 고기+감자 넣고 5분, 야채넣고 3분정도이나 아무래도 고기가 불안해서 10분정도 끓인 후 야채넣고 5분정도 더 끓였다.



아.. 과연 괜찮을까? 하고 우선 찌개의 냄새를 맡아보니….



와.. 냄새 완전 좋은데? 지난번 오리고기때와 다르게 불쾌한 향이나 누린내는 전혀 안남… ㅋㅋ
용기를 가지고 돼지고기를 하나 건져서 입에 넣어보았다.



헐.. 이런 대반전이?!

누린내 등의 불쾌한 냄새 1도 없고 오히려 고기가 정말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웠다. 내가 만든 찌개에 들어갔던 돼지고기중 역대급일세… ㅋㅋㅋㅋ
이게 상한 게 아니고 숙성이 잘 된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럴리가 없는데… 기대치가 낮아서 맛있게 느껴지는건가?



맛있어서 어제도 먹고 오늘 아침에도 듬뿍 먹고 나왔다. 배아픈 것도 전혀 없음. 성공!



이번 일을 통해서 고기에서 상한 냄새가 나더라도 일정기간 안쪽이라면 겉면을 도려내고 충분히 익혀 먹으면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이런 경우는 안 만드는게 ㅋㅋ 다음에는 바로 먹을 계획이 없는 냉장육은 크린콜로 겉면 살균 후 진공팩하여 바로 냉동실로 보낼 예정이다.


포스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리와 캠핑을 좋아하는 생계형 개발자입니다. 아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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